– 추운 바람을 견디게 한 따뜻한 한 잔의 자연
우리나라에는 해발 700m 이상의 고산 마을들이 적지 않아요. 강원도 태백, 평창, 정선, 충북 제천과 단양, 전북 무주, 지리산 자락의 고랭지 마을 등은 기온 차가 크고 바람이 매서운 탓에 체력 소모가 심한 환경이에요. 특히 농사와 노동이 함께 이뤄졌던 고산 마을의 어르신들은 한겨울을 나기 위해 일상적으로 ‘보약 차’를 끓여 마시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어요. 오늘은 그런 고산지대에서 전해 내려온,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켜준 약초 차 다섯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1. 황기차 – 추위를 막고 기운을 북돋아줬어요
황기는 고산 마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보약 차 재료였어요. 특히 겨울철에는 추위로 기운이 빠지기 쉬웠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황기를 말려 매일 아침 차처럼 달여 마셨어요. 황기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손발이 차고 쉽게 피로해지는 분들에게 좋고, 면역력 강화와 기운 보충에도 효과적이에요. 일부 마을에서는 황기와 대추, 감초를 함께 넣어 진하게 달인 후 보온병에 넣고 종일 마시기도 했어요.
2. 천궁차 – 순환을 도우며 두통을 줄였어요
고산지대는 기압이 낮고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어르신들 중에는 머리가 무겁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천궁을 얇게 썰어 차처럼 끓여 마시는 습관이 생겼어요. 천궁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약초로, 어지럼증이나 수족 냉증에도 효과가 있었어요. 생강과 함께 끓이면 따뜻한 성질이 강화되어 한겨울에 특히 인기가 높았고, 식사 후 졸음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줬어요.
3. 작약차 – 기혈을 보하고 근육 경련을 완화했어요
작약은 기혈을 고르게 해주는 뿌리 약초로, 근육 경직이나 야간 다리 쥐 증상에 좋다고 여겨졌어요. 고산지대에서는 밤에 찬 기운이 심해 다리 경련으로 잠을 설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작약차를 매일 마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특히 백작약은 혈허로 인한 통증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어, 근육이 약해진 고령층에게 꾸준히 권장되었답니다. 대추, 감초와 함께 달여 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어요.
4. 강황차 – 관절을 풀고 몸속 열을 다스렸어요
강황은 따뜻하면서도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해요. 고산 마을 어르신들 중에는 무릎 통증,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았고, 이때 강황 가루를 차로 끓여 마시거나, 꿀에 타서 복용했어요. 강황은 소염 작용뿐 아니라, 간 기능 개선과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겨울철 보약 차로 자주 쓰였어요. 단맛이 부족할 때는 대추를 함께 넣어 끓이는 방식으로 마시는 분들도 많았답니다.
5. 구절초차 – 기력 회복과 뼈 건강에 쓰였어요
구절초는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의 마을에서 널리 쓰인 약초예요. 특히 허약체질, 폐경기 여성의 기력 보강, 뼈 건강에 좋다고 여겨져 어르신들의 일상 차로 많이 활용되었어요. 말린 구절초를 진하게 끓인 물은 약간 쌉쌀한 향이 있지만, 체온 유지와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줬어요. 일부 마을에서는 구절초를 술에 담가 약술로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차 형태로 복용했어요.
이처럼 고산지대 어르신들이 마신 보약 차는 단순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 피로 회복과 체력 유지, 면역력 강화, 혈액순환 개선 등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줬어요. 그들은 약국이나 병원 대신 매일 아침 물을 올리고, 땅에서 얻은 약초를 정성껏 달여 마시는 삶의 지혜를 실천했어요. 지금도 이런 보약 차는 생활 속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으며, 몸에 부담 없이 천천히 회복을 돕는 건강 관리법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