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좋다고 담갔던 술, 그 속에 들어 있던 약초들
우리 선조들은 약초를 달여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술에 담가 복용하는 방식도 자주 사용했어요. 이런 술을 ‘약술’이라고 불렀고, 단순한 음주 목적이 아니라 몸의 기운을 보하고 병을 예방하거나 회복을 돕기 위한 생활 속 민간요법 중 하나였답니다. 특히 한겨울 기력이 떨어졌을 때나, 명절과 같은 시기에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건강식의 개념으로 약술이 자주 활용되었어요. 오늘은 조선시대부터 민간에서 약술로 자주 쓰인 대표적인 약초 5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1. 두충 – 관절과 허리를 위한 대표 약술 재료예요
두충은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고, 허리와 무릎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초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예로부터 중년 이후 관절 통증이 있는 분들에게 두충을 술에 담가 하루 한 잔씩 마시는 습관이 있었어요. 술에 우려낸 두충은 그 자체로 쓰고 진한 향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약초 없이 단독으로도 효과가 좋다고 알려졌어요. 특히 피로가 쉽게 쌓이거나 허리가 약한 분들에게 꾸준한 두충 약술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민간에 오래도록 전해져 왔어요.
2. 오가피 – 기운을 북돋아주는 생활 약술이에요
오가피는 오랜 기간 건강 보양 식물로 사랑받아온 약초예요. 오가피의 뿌리나 줄기를 잘라 술에 담그면 약간 떫고 매운 향이 도는 특유의 오가피주가 완성돼요. 이 술은 신경통, 피로, 허약 체질 개선에 좋다고 여겨졌으며, 특히 겨울철 보양주로 많이 쓰였어요. 오가피주는 하루 한두 잔 정도 소량으로 복용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올라온다고 전해졌고요, 민간에서는 집집마다 나무통에 오가피를 넣어 오래 담가두고 복용하는 문화도 있었어요.
3. 하수오 – 피로 회복과 노화 예방을 위한 약술이에요
하수오는 보혈과 정력 강화, 백발 예방에 좋다는 설화까지 있을 만큼 고급 약초로 여겨졌어요. 특히 숙하수오를 술에 담가 만든 하수오주는 기운이 떨어질 때, 피로가 누적될 때 복용하는 약술로 알려졌어요. 하수오 특유의 단맛과 깊은 향은 술과 잘 어울렸고, 오래 담가둘수록 효능이 강해진다고 믿었어요. 단, 생하수오는 독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삶아 말린 숙하수오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4. 복분자 – 남성 건강과 허약 체질 개선에 좋아요
복분자는 남성들의 체력 회복이나 정력 증진을 위한 약술로 가장 널리 퍼진 약초 중 하나예요. 여름에 따서 말린 복분자 열매를 술에 담가 두면 붉은 빛이 도는 진한 복분자주가 완성되는데요, 이 술은 맛이 좋아 약술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도 자주 복용했어요. 복분자는 간과 신장 기능을 보완하고, 체력 저하로 인한 무기력감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어요. 지금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복분자주는 바로 이런 전통에서 유래된 것이에요.
5. 천궁 – 피 순환과 통증 완화를 위한 약술이에요
천궁은 한방에서 어혈을 풀고 혈액 순환을 돕는 약초로 유명해요. 특히 손발이 차고, 머리가 무겁고 아픈 분들에게 천궁을 넣은 약술이 추천되었어요. 조선시대에는 천궁, 당귀, 작약 등을 함께 넣은 약술이 ‘여성 보혈주’로도 쓰였고, 생리 전후 몸살 기운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해요. 향이 강한 천궁은 다른 약초와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술에 담가도 그 향이 오래 유지돼서 약효뿐 아니라 음용의 즐거움도 함께 줬어요.
이처럼 민간에서 사용되던 약술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보약이었어요. 약초를 술에 담그면 성분이 알코올에 녹아 흡수가 쉬워지고, 보관도 오래 가능해서 일상 속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물론 현대에는 체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지만, 옛 선조들이 실천했던 약술 문화는 지금도 응용 가능하고, 전통 지식의 소중한 유산이기도 해요. 적당한 양과 올바른 재료 선택만 있다면, 약술은 몸을 편안하게 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