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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함경도·평안도에서 쓰던 전통 약초 복원 연구

by 유용한정보세상 2025. 3. 27.

이미지 출처: doopedia

 

 

한반도 북부에 위치한 함경도와 평안도는 높은 산맥과 계곡, 황무지와 냉랭한 기후로 인해 남부와는 전혀 다른 약초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이 지역은 특히 약효가 강한 고산 약초의 자생지로 알려져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전까지 다양한 민간 약초 문화가 전승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남한에서는 해당 지역의 약초 지식이 단절되었고, 그 활용법은 대부분 구전으로만 전해졌다. 최근에는 북한 의학 자료나 귀환자 증언, 고문헌 등을 통해 이 지역의 약초 문화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약초들 가운데, 현재 남한에서도 비교적 식별 가능하거나 재배가 가능한 식물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그 복원 가능성과 의의를 함께 살펴본다.

 

 

함경북도 길주 지역에서는 ‘눈두덩풀’이라 불리는 식물이 민간 해열제로 활용되었다. 정확한 학명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산 지대에서 자라는 백색 소엽류 식물로 추정되며, 감기 초기나 몸살 증상이 있을 때 말린 잎을 끓여 마셨다. 주민들은 ‘눈 덮인 언덕에서 캐면 약성이 세다’는 말을 반복했고, 이로 인해 해당 식물은 겨울철 약초로 인식되었다. 전쟁 이후 남한에 정착한 일부 실향민들은 경북 산악지대에서 유사한 식물을 찾아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했고, 최근에는 이를 백리향의 일종으로 분류해 복원 연구가 진행 중이다.

 

평안남도 양덕 지역에서는 '들으렁이풀'이라는 약초가 신경통과 허리통증에 자주 쓰였다. 들으렁이풀은 지금의 하수오 혹은 산 하수오와 유사한 덩굴성 식물로 추정되며, 뿌리를 채취해 말린 후 술에 담가 복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특히 60세 이상 노인층이 허리나 무릎이 아플 때 들으렁이풀 술을 하루 한 잔씩 마셨으며, 이 술은 부작용이 적고 기력이 도는 약주로 여겨졌다. 현재 남한에서도 산 하수오 재배가 가능해 이 복원은 실질적 가치가 높다.

 

함경남도 단천 지역에서는 조선 후기까지 ‘갈참나무껍질’을 화상 치료와 종기 치료에 사용한 기록이 있다. 갈참나무는 지금도 전국 산지에 자생하지만, 북부 지역에서는 특히 껍질을 벗겨 그늘에서 말린 뒤 분말로 만들어 상처 부위에 바르거나 끓인 물을 세척제로 사용했다. 이 방식은 식물의 탄닌 성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통 요법으로, 현대 피부과적 응용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일부 기록에는 참나무 껍질을 돼지기름과 함께 섞어 연고 형태로 만든 사례도 소개되며, 실질적 복원 가능성이 높다.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는 '개머루잎'이 위장질환 치료에 자주 쓰였다. 개머루는 남한 전역에서도 흔히 자라는 식물이지만, 북부 지역에서는 열매보다 잎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어린 잎을 말려 차로 우려 마셨고, 속쓰림이나 트림, 만성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전해졌다. 이 전통은 일부 실향민 가정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경기도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에서는 이 지식이 민간 차 문화로 녹아들어 있다.

 

또한 함경남도 북청 지역에서는 ‘수달피나무’의 껍질을 기관지 질환에 사용한 전통이 존재했다. 수달피나무는 추위에 강하고 높은 고도에서 잘 자라며, 나무껍질을 오래 달여 마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차로 마시면 기침과 가래, 기관지 염증이 완화된다고 알려졌고, 특히 겨울철 잦은 기침을 달래기 위한 보온차로 사용되었다. 최근 이 식물은 경북 북부 고산지대에서 유사한 형태로 재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의 약초 지식은 기후와 지형, 민간 생활 방식에 맞게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전통적 경험 지식으로서 가치가 높다. 분단과 함께 단절된 이 지식은 지금도 귀환민이나 후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며, 일부는 남한의 유사 생태지역을 통해 복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생물 다양성 보존뿐 아니라, 전통 의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이 약초 복원 작업은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