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북부 산간 지역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약초 채취꾼, 이른바 '심마니'들의 활동 무대였다. 특히 문경, 영양, 봉화, 청송 등은 험준한 산세와 깊은 계곡 덕분에 귀한 약초가 자생하기 좋은 환경이었으며, 이 지역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약초 채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대부분의 채취법이 사라졌고 일부는 박물관이나 구술 인터뷰를 통해 단편적으로 남아 있으나, 여전히 구체적인 채취 시기와 방법, 보관 기술에 대한 기록은 부족하다. 이 글에서는 경상북도 산간에서 활용되었던 전통적인 약초 채취법을 중심으로, 그 기술적 특징과 문화적 배경을 함께 정리한다.
산삼은 경북 내륙의 깊은 산속에서 자주 발견되었으며, 과거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이들이 가족 단위로 산삼을 채취했다. 이들은 고정된 산지와 계곡을 가지고 있었고, 나무껍질이나 돌에 은밀한 표식을 남기며 채취 시기를 조절했다. 채삼 시기에는 보통 음력 5월 중순 이후를 선호했고, 비가 오기 전날이나 이슬이 적게 맺힌 날을 택했다. 이유는 뿌리에 수분이 덜 차 있어 건조 보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채취 도구로는 끝이 날카로운 쇠꼬챙이나 얇은 대나무 줄기를 사용했고, 뿌리를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손끝 감각에 의존하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더덕은 현재는 재배작물이지만, 과거 경북 북부의 해발 800m 이상 지역에서는 야생 더덕이 다수 발견되었다. 주민들은 여름 장마가 끝난 직후부터 가을 초입까지 더덕을 채취했으며, 뿌리를 최대한 길게 꺼내기 위해 주변 흙을 손으로 직접 파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뿌리가 얇아 부러지기 쉬운 탓에 채취 도구는 사용하지 않았고, 채취자들은 단단한 땅보다는 이끼가 낀 습지나 낙엽층이 두꺼운 곳을 우선적으로 살폈다. 채취한 더덕은 물로 씻지 않고 흙을 털어낸 뒤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 건조해 보관했다. 물에 닿으면 더덕이 물러지고 향이 사라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맥문동은 경북 남부 지역, 특히 청도와 상주 산자락에서 채취되던 대표적 뿌리 약초다. 이 식물은 주로 기관지 질환이나 폐열을 다스리는 데 쓰였으며, 뿌리가 달고 점성이 있어 보관이 까다로웠다. 채취 시기는 10월 중순 이후였으며, 이 시기에는 뿌리의 당분 함량이 높아진다고 전해졌다. 채취 후에는 바로 건조하지 않고 그늘진 곳에 하루 이상 자연 방치한 뒤, 뿌리를 얇게 썰어 서늘한 바람에 말렸다. 말리는 과정에서 직접 햇빛을 받으면 성분이 손상된다는 경험적 지식이 구전되었다.
청송과 영양 지역에서는 구기자나무의 어린 순과 열매를 모두 채취해 약재로 썼다. 구기자 열매는 보통 가을철 서리가 내리기 전, 새벽 시간대에 따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손으로 만졌을 때 껍질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느껴지는 상태가 적기라고 여겨졌다. 열매는 뿌리 쪽부터 거꾸로 따 올라가야 나무의 다음 해 생장이 잘된다는 신념도 있었다. 수확 후에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말렸고, 수분이 빠지는 속도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는 세밀한 기준이 존재했다.
봉화와 문경에서는 감초를 직접 재배하거나 야생에서 채취하기도 했다. 뿌리가 깊이 들어가는 식물이라 채취에는 체력과 기술이 모두 필요했고, 젖은 땅에서보다 마른 땅에서 더 쉽게 수확할 수 있었다. 감초 뿌리를 채취한 뒤에는 흙을 손으로 털어내고, 뿌리 절단면에서 끈적한 수액이 흐르는지 여부로 품질을 판단했다. 주민들은 보관 시 천으로 감싸 습기를 막았고, 한지로 싸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는 곰팡이나 잡취를 막기 위한 민간 지혜로, 지금은 거의 사라진 보관 기술 중 하나다.
이처럼 경상북도 산간에서 행해진 약초 채취법은 단순한 노동 기술이 아니라, 식물의 생리와 계절 변화에 대한 정교한 관찰을 기반으로 한 지식 체계였다. 채취 시기, 기후, 습도, 도구 선택, 보관법까지 모두 경험에서 비롯된 실천적 과학이며, 이는 오늘날 약용 식물 재배나 가공 산업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유산이다. 이 기술들은 대부분 기록되지 않은 채 고령 인구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고, 전승 단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이 전통 지식들을 수집하고 문서화하여 미래 세대에 전하는 데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