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악지대는 높은 고도와 급격한 기후 변화, 청정한 생태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희귀 식물이 자생하는 지역이다. 조선시대부터 이 지역은 약초 채취꾼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으며, 오랜 세월 민간요법의 중심지로 기능해왔다. 특히 이 지역의 약초들은 고산지대 특유의 생장 조건 덕분에 약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전통 방식대로 약초를 채취하고 있으며, 그 지식은 문서보다 구전으로 더 많이 전해진다. 이 글에서는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며, 예로부터 한의학과 민간요법에 널리 활용된 전통 약초 5가지를 소개한다. 이 약초들은 현재 구글에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거의 없는 희귀 주제로, 그 활용 가치와 보존 필요성 또한 함께 조명해본다.
1. 눈개승마 (Cacalia firma Koidz)
눈개승마는 강원도 높은 산지, 특히 해발 1000m 이상의 음지에서 자라는 희귀 약초다. 5~6월경에 연한 줄기와 잎이 나며, 꽃은 8월경에 피어난다.
조선시대 의서에서는 눈개승마가 관절염, 신경통, 요통 등에 쓰였다고 기록돼 있다. 특유의 씁쓸한 향과 쌉쌀한 맛은 기혈 순환을 도와주는 성질로 이해되었으며, 실제로 강원도 정선 지역 주민들은 눈개승마를 술에 담가 ‘약술’로 마시기도 했다.
현재 야생에서의 채취는 제한되고 있어 인공 재배를 시도하는 농가도 있지만, 자연 자생 개체는 줄어드는 추세다.
2. 곰취 (Ligularia fischeri)
곰취는 강원도 사람들에게 봄철 별미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곰취는 전통적으로 위장 질환과 폐 건강을 개선하는 약초로도 쓰였다.
산간지대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며, 이른 봄 연한 잎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말려서 약재로 보관하였다. 동의보감에는 곰취와 유사한 식물이 "해독과 염증 완화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돼 있으며, 현대 과학에서도 곰취에는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포함된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폐결핵 환자가 많던 시기, 곰취 달인 물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민간요법이 일부 지역에서 널리 전해졌다.
3. 삼지구엽초 (Epimedium koreanum)
삼지구엽초는 보통 '음양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강원도 내륙의 바위 틈이나 암석지대에서 자라며, 5월경에 자주색 꽃이 피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식물은 조선시대부터 남성 정력 강화, 근골 개선, 피로 회복 등의 약효로 유명했고, 산삼 다음가는 귀한 약재로 분류되었다.
민간에서는 삼지구엽초를 말려서 술에 담그거나 가루로 내어 끓여 마시는 형태로 활용하였다. 중요한 점은 자연 자생지 대부분이 해발 700m 이상의 험한 지형에 위치해 있어 남획이 어렵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그 희소성과 약효에 대한 신뢰도가 함께 유지되고 있다.
4. 오갈피나무 (Acanthopanax sessiliflorus)
오갈피나무는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성 관목으로, 줄기와 뿌리 껍질이 전통 약재로 사용된다.
동의보감과 향약채취월령기에는 오갈피가 기혈 순환, 면역력 증강,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으며, 특히 고산지대에서 자란 오갈피는 유효 성분 함량이 높다고 평가되었다.
과거 강원도 원주와 홍천 지역의 약초꾼들은 이 나무의 뿌리를 채취해 말린 뒤, 겨울철 감기 예방용 차로 즐겨 마셨다. 현대 연구에 따르면 오갈피에는 사포닌 계열 성분이 풍부하여 항염,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5. 애기똥풀 (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
애기똥풀은 강원도 고지대의 비탈진 길가나 그늘진 숲 가장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줄기를 자르면 노란 유액이 나오는데, 이 유액이 과거에는 사마귀 제거제로 널리 쓰였다.
전통 의학에서는 이 식물이 간 기능 강화, 해독 작용, 위장 개선에 효능이 있다고 여겨졌고, 실제로 말린 애기똥풀 잎을 탕약 재료로 사용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산촌에서 피부 질환을 앓는 이들이 이 유액을 바르는 요법을 자주 활용하였다고 구전된다. 다만, 애기똥풀은 강한 알칼로이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현대에서는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
강원도 산악지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 년 전부터 전통 약초의 보고로 활용된 땅이다.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은 극한 환경을 이겨내며 자라기 때문에, 일반 평지 식물보다 더 강한 생리활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귀한 자원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분별한 채취보다는 재배 기반 연구와 전통 지식의 체계적인 기록이 병행되어야 한다.
위에 소개한 다섯 가지 약초는 지금도 일부 지역 어르신들에게 실생활 속 민간요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전통 약초 문화는 현대인의 건강 관리에도 충분히 응용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